대학과 대학생활
대학과 대학생활
경제학이란 어떤 과학인가?_백운광
경제기사에 나타난 경제현상
“국제유가의 급등에 따른 수입가격 및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순매도로 인해 외환시장에서 달러 수요는
증가한데 비해, 수출 악화로 인한 공급의 여력 부족으로 환율은 큰폭으로 상승했습니다.


"국제유가의 급등에 따른 수입가격 상승 및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순매도로 인해 외환시장에서 달러수요는 증가한데 비해, 수출악화로 인한 달러 공급의 여력 부족으로 환율은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전세계 반도체 업계에서 5위를 달리고 있는 독일 업체의 파산신청으로 메모리 가격이 급상승하고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주가가 급등하였습니다." …….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한번쯤 들어보았을 경제관련 기사이다. 혹시 이런 기사를 보고 MP3나 메모리 구입을 포기한 적이 있는가? 아니면 환율, 주가의 변화 등을 잘 이용하면 큰 돈을 벌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적은?

또한 위 기사와 같은 경제현상이 향후 미칠 영향에 대해 경제전문가들이 서로 다르게 이야기 하는 것을 들은 적도 있을 수 있다. 약간 낯설고 어렵기도 한 그들의 설명을 이해하고 평가하며 경제에 대한 자기 나름의 견해를 갖고 싶은 적도 있는가?

경제 기사는 한 문장에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첫 번째 환율에 대한 기사는 외환시장의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원유시장, 수입시장, 주식시장, 수출시장의 사정을 소개한다. 어떤 시장에서의 가격 변화는 그 시장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을 맺고 있는 여러 시장의 상황을 분석하고 이들이 영향을 미치는 정도를 알 때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기사의 환율 상승에 대한 분석이 적절한가?

실제로 수입과 수출은 특정 시점에서 외환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 결정적인 요인이 외국인 투자행태에 있을 수 있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구매하려면 달러를 원화로 바꿔야 한다. 그런데 기존의 외국인마저 국내 주식을 팔려는 판에 구매하려는 외국인이 많을까? 따라서 국내 주식 시장의 상황이 외환시장의 변화를 이끈 직접적인 이유일 수 있다. 그렇다면 위 기사는 부적절한 것인가?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달러의 수요와 공급은 당연히 대외거래에 영향을 받는다. 지급결제가 주로 달러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은 원/달러 시장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두 번째 기사는 반도체 시장에서 가격 변화와 삼성전자, 하이닉스의 주식가격 변화를 소개한다. 이 기사 속에서 여러분들은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가?

독일업체의 파산으로 메모리 공급 감소에 따른 반도체 가격상승을 예상했는가? 그래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경영성과가 좋아지리라 보고, 이들 주식에 대한 수요 증가가 주가상승을 가져 왔다고 생각했는가? 그랬다면 여러분은 기사를 작성한 기자와 유사한 경제분석을 한 것이다. 아니 실제로 삼성전자 주식을 산 사람들이 그러한 판단을 했을 수 있다. 물론 실제로 반도체 가격이 상승할지, 삼성전자의 경영성과가 좋아질지는 상관없다. 단지 삼성전자 주식 가격의 상승을 나름대로 이해하는데 필요한 논리를 제공하면 된다.

경제학적 사고는 직간접적으로 연관을 갖는 여러 시장들 간의 관계와 경제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다. 때로 그것은 구조의 작동과 관련이 있을 수 있고, 때로는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의 방향에 대한 관심일 수 있다.

이러한 사고훈련이 직업인으로서 생활하는데, 또는 돈 버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좀더 종합적으로 말하면 경제학적 사고는 경제현상과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다각도로 가늠하게 한다. 이를 통해 공동의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 사이의 연대와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 간의 갈등과 경쟁을 분석하게 한다.

위의 기사에는 여러 시장이 등장한다. 시장은 수많은 거래가 이루어지는 장소이다. 거래는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맺는 사회적 관계이다. 현대 경제에서 많은 경우 돈이 거래를 매개한다. 거래는 생산, 또는 생산할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거래의 결과 생산물은 처분된다. 거래를 매개로 한 생산과 처분, 이에 따른 자원의 이동과 사회의 재생산, 이들과 관련된 모든 활동이 경제활동이자 경제현상이며 경제학의 주요 대상이다. 이제 이들이 어떤 이유로 경제문제를 발생시키는 지를 알아보자. 거래, 돈, 노동과 생산, 소비, 투자와 재생산에 대한 이해를 통해 경제학에 좀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거래와 시장 : 자원배분과 사회적 승인
거래는 가장 기본적인 경제활동 중 하나이다. 사람들이 거래를 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이든 집단이든 자신의 필요와 욕구, 즉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거래한다. 이는 상대방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하나의 거래는 자신과 상대방의 욕망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과정이며 전체적으로는 사회적 욕망을 모두 충족시키는 과정이다. 이를 거래의 중요한 역할인 자원배분기능이라고 한다.

거래는 그 자체로 인간활동이며 다른 한편 여타의 인간활동을 위한 조건을 제공한다. 인간활동은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관계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거래도 그 중의 하나이다.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며 인간은 자신의 개성을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사회적 존재로 살아간다. 이런 맥락에서 연속적인 거래는 사회적 관계의 갱신과 개인의 활동을 유지시킨다. 따라서 거래는 사회적 승인장치의 역할을 한다.

수많은 형태의 거래가 집합적으로 이루어지는 추상적인 장소가 시장이다. 이 속에서 수많은 거래당사자의 매매의사와 경쟁에 의해 평균적인 시장가격이 형성된다. 가격은 교환 또는 거래의 교환비율로서 거래조건 중 하나이다. 다양한 거래조건을 거래당사자가 합의할 때 거래는 체결된다. 거래조건의 합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합의방식과 협상력이다. 이에 따라 개별 거래가 각각 다른 거래조건, 즉 상이한 가격으로 체결될 수 있으며 또는 수많은 거래가 동일한 가격으로 체결될 수도 있다.

그런데 사회적 욕망이 시장거래를 통해 모두 충족될 것인가? 자원은 자급자족으로도 획득된다. 그리고 욕망은 있지만 대가를 제공하지 못해 시장거래에 참여할 수 없고, 협상력의 차이로 자신의 욕망 중 일부분만 충족시킬 수도 있다. 거래의 이해득실이 모호할 경우 거래조건에 대한 합의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시장거래이외의 자원배분 기구가 필요하다. 비시장적 자원배분기구의 대표적인 예는 국가의 공적 부조, 공공재 공급, 가족 또는 친족 내 자원배분, 친지 간 선물이나 증여, 여타의 무상증여, 선착순, 강제적 수취 등이 있다. 자원배분기구로서 이들의 특성과 각각의 장점, 한계는 경제학에서 분석하는 대표적인 주제이다.

거래를 통한 사회적 관계 형성에 장애가 발생할 때, 사회적 관계를 형성할 다른 장치가 필요하다. 가족, 시민사회, 국가 또는 다양한 형태를 보이는 공동체의 역할은 그 해결책 중 하나이며 중요한 경제문제로서 역시 마찬가지로 경제학의 주요 주제이다.

지금까지 경제활동의 주요 형태인 일반적인 거래의 일반적인 특성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런데 거래에 화폐가 개입하면서 거래는 그 형태나 역할에서 새로운 변화를 갖게 된다.
돈과 금융시스템
거래의 가장 대표적인 형태는 물물교환이다. 물물교환에서는 거래당사자 누구나 구매자임과 동시에 판매자이다. 그런데 한쪽은 나중에 자원을 제공하기로 하고 미리 얻을 수 있다. 이러한 거래는 한쪽이 상대방을 믿으면 가능하다. 물물교환에서는 장기간의 교류나 거래, 관습 등이 그러한 믿음을 줄 수 있다. 그런데 돈도 그런 역할을 한다.

돈, 특히 지폐는 그 자체로 인간의 욕구충족수단으로서 별로 쓸모 있지 않지만 강제통용력 덕분에 나중에라도 자원을 얻을 수 있다. 즉 돈은 미래의 욕망을 담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돈은 욕망의 저장소이며 곧 믿음의 상징으로 기능한다.

돈은 굳이 지폐가 아니어도 된다. 중요한 것은 금액과 보증이다. 많은 거래에서 당사자 사이에 돈을 지폐로 주고 받는 경우는 줄고 있다. 금융기관 계정 상의 숫자 변화로 거래된다. 따라서 실제 지폐가 아니더라도 이들은 거래의 한 축을 담당한다.

돈은 물물교환에 비해 거래를 더욱 촉진시킨다. 돈에 의해 거래는 구매와 판매로 분리된다. 즉 거래당사자는 구매자 또는 판매자 중 하나의 역할만 담당한다. 이로 인해 물물교환에 비해 탐색시간이 감소한다. 내가 원하는 물품을 가진 사람이, 내가 가진 물품을 원해야 물물교환에서는 거래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돈이 믿음의 상징이면 돈을 믿는 사람과는 누구나 거래가 가능하다. 이로 인해 거래는 더욱 빠르게 체결되고 더 큰 규모로 증가할 수 있다.

또한 돈은 거래동기를 변화시킨다. 돈 자체가 거래의 대상이 되면서 돈의 획득도 주요한 거래동기가 된다. 이는 사회적 관계 형성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물물교환에서 거래당사자는 서로 무엇을 생산하고 무엇을 원하는 지가 바로 확인되며 이렇게 나타나는 개성이 곧 거래 체결을 통하여 사회적으로 승인된다. 하지만 돈과의 거래에서 판매자는 구매자의 지불능력에만 관심이 있으며 구매자는 판매자가 돈 이외로 무엇을 원하는지 알 필요가 없다. 그러다보니 개성은 그가 무엇을 쓰고 있는가에 의해서만 나타난다. 여기에서 지불능력에 따른 자본주의 소비문화가 등장한다.

믿음의 상징이란 돈의 지위에 문제가 생기면 거래에도 장애가 발생한다. 돈의 지위는 국가의 보증에 의해서이다. 그래서 국가의 관리가 필요하다. 국가는 금융시스템을 통해 돈을 관리한다. 하지만 돈은 국가의 관리범위를 넘어서기도 한다. 특히 민간의 자유로운 금융거래는 국가가 목표로 했던 수준 이상으로 돈을 팽창시키거나 증발시킨다. 일례로 민간의 대출이 활발해지면 돈은 팽창하며 대출상환이 연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돈은 증발한다.

돈의 지위는 외국돈, 외환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외환거래는 물물교환이나 마찬가지이다. 원/달러 시장에서 원화 판매자는 곧 달러 구매자이므로 서로의 지위는 상대적이다. 따라서 국내 경제사정과 거의 무관한 미국에서의 달러 가치 변화 때문에 원화 가치가 변할 수 있다. 그래서 외환시장은 가장 복잡한 시장 중 하나이다. 국내 금융시스템뿐만 아니라 외국의 금융시스템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현대 경제에서 돈은 정부의 공권력에 의해 보증되고 금융시스템을 통해서 그 역할이 확대된다. 믿음의 상징, 욕망의 저장소라는 돈의 지위가 위협받는 경우 일체의 거래가 체결될 가능성은 현저히 떨어진다. 이는 곧 사회적 관계 형성에 대한 위협, 생존에 대한 위협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돈 관리는 가장 중요한 경제문제이다. 신문 경제란의 많은 지면이 금융관련 기사로 채워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노동력과 생산조직
거래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건은 생산이다. 생산의 목적은 사회적 욕망을 충족시키는 수단을 만드는 데 있다. 개인 활동으로 가능한 생산은 자신의 계획과 준비 하에 진행되며 그렇지 않은 생산은 조직이라는 사회적 관계 형성을 통해 가능하다.

조직적인 생산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일손을 구해야 한다. 노동시장은 구직자와 구인자 간의 거래가 집합적으로 이루어지는 장소이다. 노동시장을 통하여 개인은 생산에 참여하게 되고 이에 따라 사회적 기여를 한다. 그리고 그 대가로 소득을 얻는다.

금융시장과 노동시장은 대규모 공사 진행에 필요한 자금과 인력을 제공해 줄 수 있다. 생산에 필요한 많은 수단과 원료들, 그리고 인간의 노력은 일정한 장소에 모여 조직되어야한다. 이에 필요한 모든 활동은 돈에 의해 조직된다. 이는 돈이 타인을 위한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즉 돈은 전문화에 따른 사회적 분업을 촉진시키고 대규모 협업의 가능성을 증대시킨다. 이로 인해 사회 전체적인 생산력은 더욱 증가할 수 있다.

돈에 의해 조직된 생산은 처음 들어간 돈보다 더 많이 벌어야 지속될 수 있다. 따라서 거래에 참여하는 목적은 더 많은 돈의 획득이다. 이때 추가된 돈이 이윤이다. 이제 이윤획득은 생산이 지속되기 위한 전제조건이며 목적이다. 하지만 모든 생산의 목적이 이윤수취만은 아니다. 대표적인 예로 공기업은 이윤과 상관없이 해당 사회가 가장 필요로 하는 수준만큼 자원을 공급하는 게 목적일 수 있다. 또한 자선사업단체 같이 이윤수취가 목적이 아닌 생산조직은 거래가 아닌 증여나 부조의 형태로 자원을 제공할 수도 있다.

생산조직에서 원료, 기계, 노동력 등 생산요소의 기술적 결합의 결과로 생산물이 나온다. 그런데 생산조직은 그 이상의 역할을 해야 한다. 노동시장은 거래당사자 중 하나가 거래대상이라는 점에서 다른 거래와 차이가 있다. 다른 거래는 그 결과로 거래대상이 구매자 수중에 있다. 그런데 노동거래는 일정기간 노동력을 지닌 사람이 특정 장소에 가서 일해 줄 뿐이다. 노동시장은 미래를 거래한다. 따라서 노동시장은 욕망의 불일치 상태에서 거래가 체결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거래이후에도 이러한 불일치를 조정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생산조직은 실제 생산이 이루어지고 이러한 불일치가 조정되는 장소이다.

사회적 욕망은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생산할 지 결정한다. 하지만 사회적 욕망이 각각의 생산조직에게 이를 알려주지 않는다. 불완전하지만 이 역할은 가격이 한다. 개별 생산조직은 가격과 재고 변화를 보면 자신의 생산물이 이윤을 남기며 팔릴 수 있는지 판단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노동시장에서의 거래체결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생산이 이루어지는 노동과정 상의 갈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갈등을 조정, 통제하는 능력은 노동력 제공자와 이용자 모두에게 필요하다. 따라서 생산조직의 규모와 성격, 생산기술 등은 시장에서의 경쟁과 돈을 끌어들일 수 있는 능력, 생산조직을 통제하는 능력 등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소비, 투자, 경제적 재생산
사회 전체적으로 생산은 그 사회의 오늘을 유지시키고 내일을 준비하는데 필요한 자원을 마련해야 한다. 생산된 자원은 여러 자원배분기구를 통해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제공되어 소비와 투자의 형태로 처분된다. 엄밀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소비는 현재를 유지, 투자는 내일을 준비하는 경제활동이다. 즉 사회는 소비와 투자를 통해 재생산을 준비한다. 생산의 결과는 소비와 투자의 출발이며, 소비와 투자의 결과는 생산의 출발이라는 점에서 경제활동은 재생산 과정이다.

흔히 '경기가 좋다'는 말은 거래를 매개로 한 생산, 소비, 투자활동이 원활하게 진행되어 경제적 재생산 과정에 장애가 없는 상황을 지칭이다. 그 반대로 오늘의 활동이 어제의 활동보다 더 적게 이루어지는 상황이 경기가 나빠지는 경우이다. 이는 실업으로 나타나며, 어제 이용했던 수단이 시장이나 어떠한 경로를 통해서도 오늘은 자신에게 주어지지 않는 경우이다. 이로 인해 소비는 위축되고 동일한 규모의 재생산은 불가능할 수 있다.

경제성장이란 더욱 확대된 재생산으로서 더 많고 더 다양한 인간 활동이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곧 인간 개개인의 더욱 다양한 개성창출의 가능성 증대를 뜻한다. 그리고 이 과정은 다시 더욱 활발한 사회적 관계의 형성이다. 이는 경제성장의 질적 내용이다. 그런데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주로 돈에 의해, 시장 및 자원배분, 생산 및 소비, 투자가 조직되어 경제적 재생산이 이루어지는 경제체제이다. 따라서 경제성장은 돈으로 측정될 수 있다. 경제성장이 돈으로 표시되는 한 경제활동의 모든 질적 내용은 나타나지 않는다. 따라서 돈으로 표시된 경제성장의 정도는 유사해도 그 내용은 전혀 다를 수 있다. 경제성장에 대한 평가는 이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경제학 이야기
지금까지 경제학의 기본 대상에 대해 살펴보았다. 경제현상에 대해 이해하고 분석하는 데는 과거나 현재의 실제 경제현실에 대한 지식과 다양한 경제학설 또는 경제이론이 담고 있는 지식이 필요할 수 있다. 아마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이러한 지식 습득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모두 알거나 이해할 필요는 없다. 물론 지식과 경험이 더 많고, 통찰력과 판단력이 뛰어날수록 경제현상에 대한 이해가 높고 분석이 뛰어날 수 있을 것이다.

경제학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에는 다양한 대답이 있다. 여느 학문도 마찬가지이지만 경제학 내에는 동일한 경제현상을 설명하는데 여러 경쟁적인 논리가 있다. 또는 설명하는 방식에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어떤 경제학자들은 자신들의 경제이론 이외는 경제학으로 간주하지 않기도 한다.

시중에서 대학교재로 판매되고 있는 경제학 또는 경제원론이란 도서가 담고 있는 내용은 흔히 주류경제학이라 불리는 신고전학파 경제이론을 근간으로 해서 경제학을 소개하고 있다. 신고전파 경제이론의 가장 기본적인 관점은 경제현상 및 경제활동을 개별적인 경제주체들의 선택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실제로 경제현상이나 경제활동은 경제행위의 연속이라는 측면이 있고 그러한 행위는 그 단계마다 어떤 행위를 하겠다는 결정을 요구한다.

사람들은 거래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가장 유리한 선택을 하려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러한 선택은 소득이나 비용 등 일정한 제약 하에 이루어진다. 따라서 신고전파 경제학은 제약 하에서 목적달성을 위한 최적선택의 결과로 경제행위, 더 나아가 경제제도, 경제구조가 결정되는 것으로 간주하여 그 선택방식을 이론화한다.

현실에서는 선택이 곧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론적 단순화를 위해 거래, 생산, 소비, 재생산 과정에 존재하는 갈등이나 위험은 일단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선택이 곧 결과라고 가정하여 개별 경제주체가 각자에게 가장 유리한 합리적 선택방식을 찾는다. 이에 따라 경제학은 "사회가 그 희소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합리적 선택을 하는데 필요한 의사결정 과정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신고전파 경제이론에서 합리적 선택은 기회비용을 최소화하는 선택이다. 선택은 여러 가지 대안들 중 하나를 결정하는 것이다. 하나를 결정하면 다른 것들은 포기한다. 이 때 다른 무엇보다도 결정을 고민하게 만들었던 것이 기회비용이다. 따라서 마지막까지 고민하다가 포기한 것을 선택한 것보다 더 아깝게 느낀다면 기회비용이 더 큰 것이다. 이러한 선택은 어리석어 보이며 선택을 바꾸는 게 나을 것 같다. 따라서 사람들은 합리적인 선택을 했을 때 더 이상 행동을 변화시키지 않는다. 이것을 균형이라 한다.

신고전파 경제이론은 사람들의 합리적 선택의 결과로 시장에서 균형가격이 결정되며 이 가격의 역할에 따라 자원이 배분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그리고 개별적인 선택에서의 균형이나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깨뜨리는 요인이 발생할 때 사람들의 결정은 변하고 이에 따라 연쇄적으로 시장상황이 변하여 새롭게 형성되는 자원배분과정을 설명한다.

하지만 이러한 가정을 모든 경제이론이 수용하지는 않는다. 경제행위자들 간의 관계, 경제제도의 역할 등에 더 주목하거나, 현실 경제문제에 내재한 갈등이나 위험을 직접 분석하고 이론화하여 경제현상, 경제구조, 경제적 재생산과 경제체제의 변화를 연구하는 경제이론도 있다. 이러한 경제이론은 희소한 자원의 효율적 관리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을 수도 있다.

다양한 경제이론의 경쟁은 동일한 경제현상에 대해서도 상반된 해석과 해법을 내리기도 한다. 약간 과장해서 말하면 경제학은 어느 것 하나 합의한 게 없는 경쟁적인 이론의 전쟁터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현실 경제가 갖는 이중적 특성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제현상 또는 경제적 사건은 일방적인 결과만 초래하지 않는다. 경제적 사건으로 인해 손실을 보는 집단이 있으면 이득을 보는 집단도 있다. 따라서 어떤 집단의 입장에 있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해석과 해법을 내릴 수 있다.

과학의 역할 중 하나는 우연을 통제하여 원하는 결과를 얻는데 있다. 경제학은 현실 인간 사회의 경제현상을 분석하여 원하는 경제적 결과를 내기 위해서 수많은 우연을 통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고 그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을 모색한다. 이런 점에서 경제학은 과학적인 연구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실 사회의 복잡성, 인간의 사고와 마음이라는 미지의 영역, 거기에 미래라는 절대적 불확실성으로 인하여 우연이 미치는 영향은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경제학은 여전히 불완전한 과학이다. 특히 특정 집단의 이익만을 옹호하면서 자신들의 분석은 중립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데올로기이다. 특정 조건에서 검증되는 자연과학적 발견을 모든 조건에서도 검증된다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경제학은 여전히 이데올로기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과학, 아니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을지도 모르는, 과학을 꿈꾸는 이데올로기라고 말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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