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수업과 생활, 멋지게 관리하기
리포트,
'쓸 말' 을 찾아내는 글쓰기
이수형
예전에 국어 교과서에서 좋은 글쓰기란 ‘쓰고 싶을 때, 쓰고 싶은 말을 쓰는 것’이라는 취지의 수필을 읽은 기억이 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를 쓰고 싶지 않거나 쓰고 싶은 말이 없을 때에는 글을 쓸 수 없다는 뜻으로 이해해도 될까? 우리는 아주 현실적인 이유에서 그다지 쓰고 싶지도 않고 또 굳이 쓰고 싶은 말도 없지만 글을 써야 할 경우를 적지 않게 만나게 된다. 이 경우 우리는 글을 쓰지 않으면 될까?
아마도 ‘쓰고 싶을 때, 쓰고 싶은 말을 쓰는 것’이라는 좋은 글쓰기의 요건은 다소 보완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사실, 아무런 준비도 안 하고 있는데 불현듯 뭔가가 쓰고 싶어지는 사람은 거의 없다. 중요한 것은 어떤 준비 과정을 통해 쓸 말을 찾거나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대학에서 대중문화나 진화론에 관한 강의를 듣는다고 생각해 보자. 강의가 어느 정도 진행된 뒤 그 주제와 관련된 리포트를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을 수 있다. 혹은 그 주제와 관련된 책을 읽고 서평을 써오라는 요구를 받을 수 있다. 모르긴 해도 수강생 중 열에 아홉은 별로 쓰고 싶지도 않고, 또 쓸 말도 없을 것이다. 쓰고 싶지 않은 것이야 억지로 쓰고 싶도록 만들 수는 없지만, 적어도 쓸 말을 찾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쓸 말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그 과정에 대해서는 뒤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겠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쓸 말을 찾기 위해서는 나름대로 공부가 필요하다. 강의 주제와 관련된 리포트를 쓰려면 적어도 이제까지 진행된 강의 내용을 검토해 봐야 하고, 강의 주제와 관련된 책에 대한 서평을 쓰려면 적어도 그 책을 읽어봐야 한다. 대학에서 글쓰기가 강조되고 있는 것도 이런 나름대로의 공부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중 누구도 글을 쓰지 못하는 사람은 없다. 다들 블로그 포스트나 이메일을 쓰고 일기나 편지를 쓴다. 그런데 왜 굳이 대학에서 글쓰기를 배워야 할까? 대학에서의 글쓰기 교육은 글쓰기를 위한 학습learning to write, 곧 글쓰기 자체를 배우는 과정뿐 아니라 학습을 위한 글쓰기writing to learn, 곧 글쓰기를 통해 공부 혹은 연구하는 과정을 포괄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강의에서 요구되는 리포트 역시 단지 글쓰기 자체를 위한 것만이 아니라 글쓰기를 통해, 글을 써가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 수행해 가는 공부를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글쓰기 관련 강의나 책을 통해 글을 쓰는 방법 자체에 대해 배울 기회가 있을 것이다. 예컨대, 글 전체의 구성은 서론-본론-결론의 구조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서론에서는 문제를 제기하고, 본론에서는 제기된 문제에 대해 근거를 통해 논증하고, 결론에서는 이를 간단히 요약한다는 것 등을 배운다. 한편, 우리가 강의나 책을 통해 어떤 분야를 공부한다면, 그 분야의 중요한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에 대해 어떤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지, 그 논의는 어떤 근거에 의해 뒷받침되는지 등을 이해하려고 할 것이다. 이렇게 공부한 것을 토대로 한 글쓰기라면, 해당 분야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소개하고, 거기서 진행되는 논의와 그 근거를 밝히고, 필요하면 간단히 요약하는 식의 구성을 취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을까? 이는 결국 서론-본론-결론의 구조와 거의 동일하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특히 대학에서의 글쓰기는 공부의 일환으로서의 글쓰기이며, ‘쓰고 싶은 말’을 쓰는 글쓰기라기보다는 공부하고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 ‘쓸 말’을 찾아내서 쓰는 글쓰기다. 다음에서는 쓸 말을 어떻게 찾는지, 그리고 어떤 식으로 쓰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자.
무엇을 어떻게 쓸까?
다시 대중문화 관련 강의에서의 리포트를 예로 들어보자. 대중문화의 여러 측면을 개괄적으로 배우는 강의라면, 대중문화의 기본적인 특징, 현대사회에서 대중문화가 갖는 의미, 대중문화와 교육, 대중문화와 매스미디어, 대중문화와 상업화, 대중문화에 대한 비판적 접근 등의 내용을 다룰 수 있다. 리포트를 쓰기 위해 이런 내용을 공부한 뒤에는 쓸 말이 저절로 생길까? 물론, 공부하지 않았을 때보다는 훨씬 더 쓸 말이 많아질 것이고, 어쩌면 강의 내용을 요약하는 글을 쓸 수는 있을 테지만, 그렇다고 해서 위의 내용 전부를 말하는 리포트를 쓰기는 어렵다.
누군가와 대중문화에 대해 논쟁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 나는 대중문화가 대중의 관심에 영합하며 결국에는 많이 팔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상업적 문화라는 주장을 펼 수 있다. 이에 대해 상대방은 대중의 관심을 따르는 것이 왜 잘못인지 모르겠으며, 그렇다면 대중이 아닌 엘리트 중심의 문화를 옹호하는 것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나는 대중의 관심 전부를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현상을 문제 삼는 것이라고 다시 주장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상대방은 대중의 관심과 상업적 목적을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대중문화를 긍정하되 상업적 이용은 그에 따른 부작용으로 간주하는 것이 낫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위의 논쟁은 한참을 더 진행될 수도 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대중문화 전체는 고사하고 ‘대중문화의 상업화’라는 한정된 주제에 대해 말하고자 할 때에도 여러 가지 반론에 부딪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반론을 극복할 만큼 설득력 있는 주장을 하려면 책 한 권을 써도 모자랄 판국이니 몇 페이지의 리포트로는 어림도 없다. 설득력 있게 주장할 수 있으려면 문제는 구체적인 것이 좋다.
글은 혼자 쓰는 것이지만, 쓸 말을 찾을 때는 스스로에게 반문하면서 문제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대중문화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 여러 차례 자문자답한 끝에 마침내 대중문학 시장에서 많이 팔리는 책의 경향이 어떠한지를 살펴보는 것을 리포트에서 다룰 문제로 정했다고 하자. 어떤 문제를 다룰지는 글을 쓰는 사람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원래부터 그 문제에 관심이 있어서, 그 문제를 다루는 것이 의미 있다고 판단해서, 그 문제와 관련된 참고문헌을 구하기 쉬워서 등 선택의 이유는 다양하다.
글에서 다룰 문제, 곧 쓸 말을 찾았다면, 이제 그것을 어떻게 쓸 것인지가 중요하다. 쓸 말을 찾는 과정에서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는 것이 필요했다면, 어떻게 쓸 것인지를 계획하는 과정 역시 마찬가지다. 대중문학 시장에서 많이 팔리는 책의 경향이 어떠한지를 살펴보려는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대중문학이라고 생각하는 책 몇 권의 경향을 쓰면 될까? 그러면 바로 왜 그 책들이 대중문학이냐는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따라서 대중문학이나 대중문학 시장이 무엇인지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알게 된다. 그밖에도 많이 팔리는 책들에 어떤 일정한 경향이 있느냐, 그때그때마다 제각각이지 않느냐는 또 다른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따라서 많이 읽히는 책이 일정한 경향을 보이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만약 많이 팔리는 책들에서 어떤 경향을 찾을 수 있다면 그때서야 비로소 그 경향이 어떠한지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전체 글에서 다룰 문제가 있고, 그 문제와 관련된 하위문제들이 있다. 물론, 대중문학이 무엇이냐는 하위문제에 대해 내가 주장하는 바에 대해서도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예상되는 질문에 대비해 충분한 근거를 확보할 때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펼 수 있다. 만약 엘리트 중심의 문학과 비교하면서 대중문학의 성격을 살펴보려 한다면, 왜 그렇게 하느냐는 질문에 대비하기 위해 권위 있는 견해를 근거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많이 팔리는 책들에서 어떤 경향을 찾을 수 있다는 주장의 근거로 최근 5년간의 베스트셀러 통계 자료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에 대한 주장을 전개하는 동시에 근거를 제시하는 과정이 곧 글을 쓰는 과정이다. 주장과 그에 대한 근거로 구성된 담론을 ‘논증argument’이라고 부를 수 있으며, 따라서 ‘글을 어떻게 쓸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글은 논증에 의해 쓴다’고 답할 수 있다. 논증은 나의 주장에 대해 제기될 수 있는 질문을 예상하고 이에 대한 답, 즉 근거를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왜?’라고 묻는 모든 질문에 근거를 제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겠으나, 어떤 질문에라도 답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은 글 쓰는 사람의 바람직한 태도인 동시에 공부하는 사람의 바람직한 태도이기도 하다.
글쓰기 체크리스트
다음은 글을 쓸 때 기본적으로 확인해야 할 사항을 간단히 정리한 것이다.
제목
- - 제목이 제시되는가?
- - 글에서 말하려는 바가 제목에 압축적으로 드러나는가?
학생들의 리포트 중에는 제목이 없는 글도 많다. 제목은 글의 내용을 드러내는 최소 단위이므로 반드시 필요하다. 또, 제목이 있더라도 글의 내용을 압축적으로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가령, 한 서평에 붙은 ‘J. S. 밀의 ?자유론?을 읽고’와 같은 제목은 글의 내용에 대해 만족스러운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
목차
- - 목차를 제시해 글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게 하는가?
- - 목차를 이루는 소제목이 각 장절(章節)의 내용을 압축적으로 드러내는가?
- - 각 장절의 관계가 균형을 이루는가?
아주 짧은 경우가 아니라면 글은 몇 개의 부분, 즉 장과 절로 이뤄진다. 각각의 부분에 소제목을 붙여주면 독자가 글의 내용을 쉽게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글을 이루는 각 부분의 관계를 별도로 만들어 보여주는 것이 ‘차례’다. 두꺼운 책이라도 앞부분의 차례를 살펴보면 대강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차례는 글을 읽는 독자에게 전체 지도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글이 길지 않다면 앞부분에 차례를 따로 제시하지 않아도 된다.
구성
- - 배경 설명과 문제 제기가 드러나는가?
- - 논의의 범위를 제시하는가?
아주 자유로운 형식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글은 서론-본론-결론의 구조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론에서는 문제를 제기하고, 본론에서는 제기된 문제에 대해 근거를 통해 논증하고, 결론에서는 이를 간단히 요약한다.
서론
- - 글이 서론-본론-결론의 구조로 구성되는가?
서론에서는 앞으로 논의할 문제를 제기한다. 설득력 있는 문제 제기를 위해서는 그 문제가 어떤 맥락에서 도출되었는지 배경을 설명하는 것이 좋다. 또, 그 문제와 관련해서 어떤 부분을 다룰지 밝힘으로써 논의의 범위를 제시한다. 가령, 서론에서 제기된 문제가 대중문학 시장에서 많이 읽히는 책의 경향이 어떠한지를 살펴보는 것이라면, 이와 관련해 대중문학과 대중문학 시장이 무엇인지, 많이 읽히는 책이 일정한 경향을 보이는지, 보인다면 그 경향은 어떠한지 등을 논의의 범위로 정할 수 있다.
본론
- - 서론에서 제기한 문제에 상응한 논의를 전개하는가?
- - 논의가 적절한 근거에 의해 뒷받침되는가?
- - 본론을 구성하는 각 장절에 적절한 소제목이 있는가?
본론에서는 서론이 제기한 문제를 충실히 논의한다. 서론에서 제기된 문제가 대중문학 시장에서 많이 팔리는 책의 경향이 어떠한지를 살펴보는 것이고, 이를 위해 대중문학과 대중문학 시장이 무엇인지, 많이 읽히는 책이 일정한 경향을 보이는지, 보인다면 그 경향은 어떠한지 등을 논의할 것이라면, 이 세 가지 하위문제를 중심으로 본론의 장을 구성할 수 있다. 장에서 각각의 하위문제에 대해 자신의 주장을 전개해 나갈 때, 그 주장은 적절한 근거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한편, 서론과 결론에는 따로 소제목을 달지 않아도 되지만(물론 달아도 된다), 본론을 구성하는 각 장절에는 내용을 압축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소제목을 달아야 한다.
결론
- - 글 전체의 내용을 요약하는가?
- - 본론에서 다루지 않은 새로운 논의가 시작되지는 않는가?
결론의 주된 역할은 앞에서 말한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는 것이다. 필요할 경우, 미흡한 점이나 이에 대한 앞으로의 전망 등을 밝힐 수는 있지만, 새로운 논의를 시작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문단 문단 안의 일관성
- - 하나의 주장을 중심으로 이뤄지는가? 여러 개의 주장이 드러나지는 않은가?
- - 주장하는 바가 타당한 근거에 의해 정당하게 뒷받침되는가?
하나의 문단은 하나의 주장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말하려는 바가 새롭게 제기되어 다른 주장이 전개된다면, 문단 역시 새로 나눠야 한다. 문단 구성이 잘된 글에서는 문단별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문단별 내용 파악이 쉬우면 글 전체의 내용 파악도 쉬워진다. 반대로, 여러 개의 주장이 섞여 있어 문단별 내용 파악이 어려우면 글 전체의 내용 파악 역시 어려워진다. 한편, 문단 중에는 중심이 되는 주장과 이를 뒷받침하는 문장들-가령, 예시 문장-로 이뤄진 경우가 있다. 이때는 전자가 후자에 의해 정당하게 뒷받침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문단 간의 관계
- - 이어져 있는 문단의 주장이 논리적으로 전개되는가?
- - 문단 간의 연결에 적절한 연결어를 사용하는가?
글의 각 부분인 장절은 다수의 문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를 간단히 그림으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다.
글쓰기 부정행위
리포트 제출에서 이런저런 부정행위가 저질러지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파일의 형태로 문서가 자유롭게 교환되는 인터넷 환경에서는 이러한 부정행위에 노출될 위험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글쓰기 윤리에 위배되는 부정행위의 유형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 도용 : 다른 사람이 쓴 글의 전부나 일부를 자신이 쓴 글처럼 속여 제출하는 행위
- - 자기복제 : 자신이 쓰긴 했으나 이미 한 번 제출했던 글의 전부나 일부를 새로 쓴 글처럼 속여 다시 제출하는 행위
- - 표절 : 다른 사람이 쓴 글의 일부를 정당한 인용 표시 없이 몰래 자신의 글 속에 베껴 쓰는 행위
- - 자료의 위·변조 : 실험이나 조사 등을 수행하지 않고도 수행한 것처럼 속여 글을 쓰는 행위(위조), 혹은 실험이나 조사 등을 수행했으나 그 결과를 임의로 조작해 글을 쓰는 행위(변조)
도용의 가장 전형적인 예는 다른 학생이 쓴 리포트를 입수해 자신의 이름으로 제출하는 것이다. 리포트를 사고파는 사이트가 버젓이 운영되고 있어 여러 주제의 리포트를 쉽게 다운로드할 수 있는 현실에서 도용의 유혹은 한층 강화된다. 흔히, ‘짜깁기’라고 불리는 행위, 곧 여러 글의 일부를 짜 맞춰 하나의 글로 꾸미는 것 역시 도용에 해당한다.
다른 사람의 글을 짜 맞추는 행위가 ‘도용’에 해당한다면, 자기가 쓰는 글 속에 다른 사람의 글을 베껴 넣는 행위가 ‘표절’이다. 표절의 범위는 넓다. 베낀 부분이 광범위해 거의 도용에 가까운 표절이 있는가 하면, 한 문장을 베낀 표절도 있을 수 있다. 표절은 ‘다른 사람의 글’을 어느 범위까지 인정할 것인가라는 어려운 문제와 관련된다. 원칙적으로 독창적인 것은 ‘다른 사람의 글’에 해당하며, 말을 바꾸면 독창적이지 않은 것, 가령 상식적인 내용은 ‘다른 사람의 글’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 자신만의 생각이나 말로만 글을 쓰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다른 사람의 글’을 인용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것이 누구나 아는 상식적인 내용이 아니라면, 정당한 인용 표시를 통해 표절을 피해야 한다.
연구자의 경우 자신의 논문이라도 중복해서 발표하면 ‘자기복제’라는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이듯, 자신이 쓴 리포트라도 이미 제출한 것의 전부나 일부를 다시 제출하는 것은 자기복제의 부정행위에 해당한다. 다른 강의의 리포트로 다시 제출하기 위해 서론을 다시 쓰는 등 적지 않은 부분을 새로 썼다고 해도 전반적인 논의가 그대로라면 부정행위를 면할 수 없다. 다만, 자료나 내용을 보완해 기존의 글을 확대·발전시킨 것으로 인정될 경우는 글쓰기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
학생들이 이러한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근본적인 이유는 리포트를 준비하고 쓸 성의와 시간이 모자라기 때문일 것이다. 리포트를 제출 마감일까지 미루지 말고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 외에 특별한 방법은 없다. 글쓰기가 진전되지 않거나 시간에 쫓겨 심리적으로 여유가 없다면, 강의 담당 교수에게 리포트 작성에 대해 조언을 구하거나 마감일 연장을 부탁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