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수업과 생활, 멋지게 관리하기
듣기과 말하기,
토론하기와 발표하기
권용선
옛 속담에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말하는 것이 중요하고 어렵다는 뜻이다. 우리는 누구나 말을 하거나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며 산다. 말을 통해 지식을 쌓고, 친구를 사귀고, 세상을 배워간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알고 있고 생각하는 만큼만 말한다. 아는 것, 생각하는 것을 모두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모르는 것이나 생각하지 못한 것을 말할 수는 없다. 그래서 대부분 사람들은 ‘말이 곧 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말은 또 하나의 내 얼굴인 셈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나의 내면, 생각, 성격과 인격의 깊이를 드러내는 것이 내가 하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세수를 하고 거울을 보듯, 혹은 화장을 하듯 나의 생각과 마음을 표현하는 말을 가꾸고 훈련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말하기는 대화다. 대화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다. 내가 말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말을 들어야 하며, 나의 말이 상대방에게 전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노력과 기술도 필요하다. 말을 한다는 것은 일방적으로 나의 감정을 표현하거나 생각을 관철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말을 함으로써 우리는 다른 생각을 배우고 그것을 통해 나의 생각을 더욱 풍성한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우리가 말을 하는 것은 나와 다른 것, 낯선 것을 배우기 위해서고, 그것을 통해 새로운 무엇을 만들기 위해서다.
말하기 중에서도 나와 다른 생각, 나와 상반된 입장을 지닌 사람과의 대화인 ‘토론하기’에는 더 많은 노력과 기술이 필요하다. 그만큼 우리는 그것으로부터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다르다’는 것은 나에게 없는 것, 즉 나에게 필요한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체로 나와 다른 것이나 낯선 것에 대해 쉽게 반감을 느낀다. 그래서 종종 나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강요하거나 상대방의 입장을 폄하하다가 감정을 상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토론에서는 얻을 것이 없다. ‘말하는 능력을 키운다’는 것은 일차적으로 나의 생각을 잘 표현하는 훈련을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무엇인가를 배우기 위한 것이다. 때로는 삶의 무기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삶을 망치는 흉기가 되기도 하는 말. 어떻게 하면 우리는 잘 말할 수 있고, 그것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까?
말하는 데 중요한 것
‘말하기’는 표현하기의 일종이다. 피카소가 자신만의 독특한 그림을 표현해 내기까지 수만 장의 데생 연습을 한 것처럼,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하다. 여타의 표현 방법과 달리, 말하기는 ‘듣기’를 전제로 할 때만 성립하기 때문에 상대방이 잘 들을 수 있도록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말하기에는 적은 수의 사람들 사이에서 이뤄지는 대화에서부터 여러 사람 앞에서 혼자 말하는 발표-혹은 프레젠테이션-나 연설과 강연, 어떤 주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여러 명이 주고받는 토의,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고 관철시키고자 하는 토론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말하기의 종류와 성격은 다양하지만 이것들은 모두 하나의 고민을 안고 있다. 그것은 ‘어떻게 하면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잘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상대방이 나의 생각에 동의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모든 말하기의 기본적인 목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먼저 우리는 ‘듣기’에 주목해야 한다. 말하기 자체보다 듣기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상대방의 대화 방식과 의도, 상황 등을 알지 못한다면 대화는 성립할 수 없다. 각자 상대방의 말은 듣지 않고 자기 생각만 말한다면 그것은 대화가 아니라 독백이다. 누군가의 말을 ‘듣는다’는 것은 동시에 ‘생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각은 말하기 전에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고 그것에 대한 나의 입장을 피력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잘 듣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상대방의 입장에서 듣는 것이다. 내가 가진 편견이나 선입견을 고수하면서 상대방의 말을 잘 들을 수는 없다. 편견이나 선입견을 갖지 않으려면 평소에 많은 것들을 접해봐야 한다. 깊이 있는 사유를 담고 있는 책, 신문이나 잡지에 실린 다양한 주장들을 읽어보고 자신의 생각과 비교해 보는 것, 혹은 예술작품을 감상하거나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 모두가 나의 생각을 확장시키고 경험을 풍부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낯선 것들과 많이 만나는 체험 속에서 나의 생각은 확장되고 편견이나 선입견은 작아진다. 상대방의 말을 잘 듣는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잘 생각한다는 것과 다르지 않은 것이고, 그것이 말하기의 출발이다.
대화가 진행되는 현장에서는 어떻게 말해야 할까? 먼저, 무엇보다도 ‘화제’에서 벗어난 내용을 말하지 말자. 상대방의 말을 잘 듣고 대화의 주제를 놓치지 않도록 집중하면서 이야기해야 한다. 두 번째로, 자신이 할 말이 많다고 해서 말할 기회를 독점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된다면 그것은 대화가 아니라 연설이나 발표가 된다. 대화를 한다는 것은 나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는 것, 즉 다른 생각을 배우는 것이기도 하다.
셋째, 말할 기회를 독점하지 않는 것과 더불어 상대방이 끝까지 말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태도도 필요하다. 상대방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끼어드는 태도는 자제하는 것이 좋다. 누군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내가 불쑥 끼어들어 내 생각을 말한다면 상대방은 아마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저 친구는 내 말을 하나도 듣지 않는군.’ 자신의 말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느끼게 되면 그 사람 역시 상대방의 말을 주의 깊게 듣지 않게 된다. 아무리 훌륭한 생각을 이야기한다고 해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넷째, 상대를 배려하며 언어 예절을 지켜야 한다. 내 말을 듣는 사람이 나보다 어리거나 지식이 깊지 않다고 해서 거만한 태도를 취해서는 안 된다. 혹은 상대방의 말에 기분이 상했다고 해서 감정 섞인 말을 해서도 곤란하다. 대화에 감정이 섞이게 되면 그 순간부터 대화는 원래의 화제에서 벗어나기 쉽고, 자칫하면 인신공격으로 나갈 수도 있다.
다섯째, 말의 내용과 함께 말을 하는 동안, 그리고 듣는 동안의 태도도 중요하다. 성실한 자세로 말을 하면 듣는 사람도 성실한 자세로 듣는다. 상대방의 반응을 세심하게 살필 수 있다면, 자신의 말이 얼마나 이해되고 있는지 알게 되고 그것에 따라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할 수 있다. 상대방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반응하면 더 자세히 혹은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할 수도 있고, 내가 하는 말에 지루해하거나 불쾌해한다면 즉시 말하기를 멈추거나 상대방이 공감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설득력 있는 표정과 몸짓 등도 대화를 부드럽게 이끌어가는 데 필요한 하나의 언어라는 것을 잊지 말자.
토론의 예의, 토론의 기술
토론은 각자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이뤄지는 대화기 때문에 말하기의 방식 중에서도 특히 어렵고 힘들다.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 간의 대화이기 때문에 말하기의 예절이 특별히 더 필요하며, 나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그만큼 더 세심한 설득의 기술이 필요하다.
우리가 익숙하게 봐온 텔레비전 방송의 토론 프로그램을 떠올려보자. 서로 대립하는 견해를 가진 토론자들(패널)이 있고, 토론의 중심이 되는 하나의 논제가 있다. 공평한 진행을 위한 여러 규칙과 형식이 있고, 그것을 이끌어가는 사회자가 있다. 그리고 이 과정을 지켜보는 청중이 있다. 청중은 애초에 제시된 논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갖고 토론의 진행을 지켜볼 수도 있고, 토론의 진행과정을 지켜보는 가운데 어떤 입장을 선택하게 될 수도 있다.
토론에 직접 참여하는 토론자는 정해진 의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이 정당하고 올바르다는 것을 최선을 다해 설득하려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 토론의 목표는 상대방을 이기는 것이 아니고, 다른 입장을 이해하고 그것을 통해 나의 생각을 풍부히 함으로써 최상의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이기고 지는 것이 아니라 의제에 대해 보다 좋은 결론에 도달해 가는 과정이다. 상대방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을 때에도 그것을 최대한 인정하면서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토론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의견 혹은 입장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마찬가지로, 어떤 삶의 가치에 대해 동의하고 존경한다고 해서 어떤 사안에 대한 입장에 동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즉, 어떤 사람을 존경한다는 것이 그 사람이 가진 생각을 비판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듣기는 모든 말하기 혹은 대화의 전제가 된다. 따라서 토론에서도 듣기는 중요하다. 상대방의 말, 특히 자신과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의 말을 잘 듣는 것은 그 자체로 상대에 대한 예의의 표현이자 더 잘 말하기 위한 기술의 시작이다. 비록 자신과 반대되는 의견이라 할지라도 모든 의견을 주의 깊게 들어야 한다. 상대의 의견을 듣지 않고 자신의 입장을 피력할 수는 없다. 자신의 원래 입장과는 반대되는 분명한 증거와 이유가 있을 때에는 자신의 생각을 바꿀 줄 아는 태도 역시 필요하다.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분명한 사실이나 의견을 무시하는 태도로는 올바른 토론을 만들 수 없다.
자신의 주장을 제시할 때에는 그 입장을 뒷받침할 만한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논거를 함께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을 위해 토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충분히 조사하고 연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의제를 분석하고, 용어와 개념 등을 명확하게 파악해 의제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관련 자료를 최대한 수집해 정리하고 분석해야 한다.
자신의 주장과 다른 상대 의견을 반박할 때, 질문의 형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무조건 ‘네 의견은 틀렸다’고 말하는 것보다 상대방의 주장에서 불명료한 점, 모순이나 오류 등을 찾아서 질문의 형식으로 말하게 되면 상대는 합리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수정하거나 보충할 수 있고, 그것을 통해 질문자는 자신의 입장을 보충할 수 있는 자료나 근거를 찾을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사회자의 역할은 중요하다. 토론이 정해진 의제를 벗어나지 않고 진행되는지, 누군가가 발언을 독점하지 않는지, 서로 존중하며 합리적인 방식으로 의제를 해결해 가고 있는지 판단하고 조정해야 한다. 또한 토론이 무한정 길어지지 않도록 전체 시간이나 각 토론자의 발언 시간, 순서, 횟수 등을 조절하는 데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가능한 한 사회자는 특정한 입장을 피력해서는 곤란하다. 자신의 의견이 있다고 해도, 최대한 공정한 태도로 토론의 과정을 진행하고 조정해야 한다. 자신의 의견을 꼭 말하고 싶을 경우에는 그것이 사회자가 아니라 개인적인 입장에서 하는 말임을 미리 밝히고 양해를 구한 다음 말하는 것이 좋다.
잘 말하고 잘 토론하기 위한 준비
우리는 어떻게 하면 잘 말하고 잘 토론할 수 있을까? 모든 것은 노력한 만큼, 즉 준비하고 연습한 만큼 잘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이다. 실제로 말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나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납득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설사 결과가 그렇지 못했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그것을 준비하는 과정, 그리고 실제 대화의 경험을 통해 더 많은 지식을 접하고 더 좋은 생각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심히 준비해서 나의 생각에 공감하고 나와 무엇인가를 함께할 수 있는 동료를 만날 수 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다. 그러므로 열심히 준비하고 열심히 연습하자.
첫째, 해당 주제에 대해 폭넓게 자료를 조사하자. 사람들은 자신이 모르는 정보나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어떤 의견에 쉽게 설득된다.
둘째, 준비한 자료를 선별하고, 어떻게 배치할지 고민하자. 생각한 것, 준비한 자료를 실전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자료와 어떤 내용을 어떻게, 어느 위치쯤 배치할지 생각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과 조금 덜 중요한 것, 반드시 말해야 할 것과 말하면 좋은 것 등을 판단해서 순서를 정해보자.
셋째, 나의 주장이나 자료를 반박할 수 있는 상대방의 자료나 주장에 대해 미리 예상해 보자. 특히 토론하기라면, 나의 주장에 논리적인 허점은 없는지, 내가 수집한 자료가 검증된 것인지 등을 확인해 봐야 한다.
넷째, 많이 보자.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말하는지, 어떻게 토론하는지.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다섯째, 리허설을 해보자. 훌륭한 공연 앞에는 반복되는 리허설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말하고 토론하기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친구나 동료가 이 경우 도움이 될 것이다.
프레젠테이션의 준비와 실제
프레젠테이션presentation은 ‘발표’의 일종이다. 발표는 특정한 주제에 대한 연구결과나 자신의 생각을 청중 앞에서 말하는 행위를 이르는데, 발표자가 조사하고 수집한 정보나 연구의 결과를 보고하는 형식을 띠게 된다. 과거에는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이나 지식의 내용을 간단한 시청각 자료를 이용해 보고하는 것이 발표의 주된 형식이었지만, 최근에는 컴퓨터 응용프로그램을 이용해 폭넓은 시청각 자료를 사용하는 프레젠테이션의 방법이 더욱 일반적인 것으로 확산되고 있다.
프레젠테이션을 잘하기 위해서는 우선 발표의 목적과 주제를 뚜렷하게 해야 한다. 수업시간에 하는 발표라면, 주어진 주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왜 이러한 주제로 발표를 해야 하며, 그것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만 핵심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만족할 만한 결과에 도달할 수 있다.
본격적인 프레젠테이션에 앞서, 발표자는 자신의 발표를 들을 청중이 누구인지 생각하고 분석하는 일을 해야 한다. 청중은 각기 다른 교양 수준, 나이, 성별, 취향, 성격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다. 이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흥미를 유발하고 공감을 불러일으킬지 고민해야 한다. 이를테면, 군대에 다녀온 복학생과 1학년 신입생은 다른 성격의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경영학을 전공하는 친구와 조형예술을 전공하는 친구 역시 동일한 관심사를 갖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나의 말을 듣는 대상이 누구인지를 안다면, 그들에게 익숙한 상황, 공감할 만한 예시를 통해 발표하는 주제에 대한 더 효과적인 반응을 얻어낼 수 있다.
청중에 대한 분석이 끝나면, 발표주제에 대한 자료를 조사, 수집,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자료의 종류는 다양하다. 신문이나 방송 등 미디어에 발표된 기사, 통계 수치와 그래프, 관련 내용을 설명한 책, 인터뷰와 앙케트 조사 결과 등이 있다. 그러나 자료는 그 자체로는 어떤 성격도 지니지 않는다. 그것은 모두 사실과 관련된 정보일 뿐이다. 그러므로 발표자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를 찾거나 주어진 자료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주장에 설득력을 더할 수 있도록 자료를 해석해 내야 한다.
자료 수집과 정리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발표문을 작성한다. 프레젠테이션 발표문은 완결된 문장 형식으로 작성할 필요는 없다. 핵심적인 부분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키워드를 제시하고, 시각적인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하도록 한다. 강조하고 싶은 부분의 글자색을 달리하거나, 그림이나 사진, 도표, 그래프 등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고, 음성 자료를 그대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시청각 자료를 산만하게 배치하지 않는 것이다. 말하고자 하는 바의 핵심을 잘 전달해서 이해와 동의를 얻는 것이 프레젠테이션의 목표라는 것을 잊지 말자. 재미있는 자료들은 많이 봤는데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다는 청중의 반응만큼 발표자에게 허무한 것은 없다.
발표 준비가 끝나고 실제로 발표를 할 때, 준비된 발표문을 그대로 읽어서는 안 된다. 발표-프레젠테이션은 말하기이지 읽기가 아니다. 자연스러운 구어체로 발표하면서 청중의 반응을 수시로 살펴야 한다. 준비한 것을 무리하게 전달하려고 하지 말고, 청중이 지루해할 때는 가볍게 주의를 환기하는 말을 하거나 질문을 던져보는 것도 좋다.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느껴지면 조금 더 쉽고 자세히, 지루하지 않게 짧게 반복하는 것도 방법이다.
발표자의 태도가 청중의 반응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너무 산만하게 몸을 흔든다거나 목소리를 적게 한다거나 거만한 태도로 이야기해서는 곤란하다. 자신이 발표하는 내용에 자신감을 갖고 신뢰감을 줄 수 있는 태도로 발표에 임해야 한다. 주어진 시간을 잘 키지는 것도 중요하다.
대학이 고등학교와 다른 것 가운데 하나는, 교과서에 나오는 것을 암기하고 교사가 말해주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아무리 교수가 말하는 것이라도 자기 스스로 그것에 대해 생각해 보고 이견이 있으면 말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이다. 꼭 이견만이 아니라, 무언가 재미있는 생각이 떠올랐거나, 혹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게 있다면 스스럼없이 과감하게 말하고 질문하라. 미국이나 유럽에서 학교를 다니거나 강의를 해본 사람들이 자주 말하는 것이지만, 서양인의 경우에는 자신의 존재감을 확고히 하기 위해 잘 모르는 것도 말하고 그다지 잘 준비되지 않은 질문을 너무 쉽게 던지기도 한다고 한다. 그래서 존재감이 사는 것은 좋지만, 사실 자주 반복되면 ‘웃기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반면, 특히 한국, 일본, 중국의 학생들은 잘 알면서도 말하지 않으며, 궁금해도 질문하지 않는다고 한다. 어느 경우든 과한 것은 좋지 않다. 그런데 적어도 한국의 학생들은 지금보다 좀 더 과감하고 적극적일 필요가 있음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말하고 발표하고 토론하는 것이 훈련되어야 함 또한 분명하다. 이러한 훈련은 자주 해보는 게 제일 좋다. 수업시간에 발표의 기회가 주어질 때 머뭇대지 말고 하겠다고 나서는 것으로 시작하자. 그리고 그것을 감당하기 위해 긴장을 갖고 준비하자. 이런 시도가 몇 번 반복된다면 여러분은 토론이나 발표에 능한 사람이 될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