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수업과 생활, 멋지게 관리하기
수업,
수강 신청부터 과제 수행까지
정병기
“신입생 여러분, 이제 마음껏 노십시오. 하루에 책 한 권은 읽고!”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특강을 할 때 자주 하는 말이다. 역설을 사용했지만, 사실은 공부를 강조한 것이다. 만화책도 좋고 소설책도 좋고 논문도 좋다. 어떤 것이라도 글로 된 것을 하루에 하나씩은 읽는 것이 중요하다. 1년이면 365일, 365일이면 365개의 글을 읽게 된다. 대단히 많은 분량이다. 그러나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 논문처럼 짧은 글도 하나로 계산한다면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히 ‘많이 읽는다’는 것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어떤 것을 읽을까? 다시 말해, 무엇을 어떻게 공부할까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 우선, 학기나 연도별로 어떤 주제를 집중적으로 공부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대학 학습 계획의 시작이자 가장 중요한 매듭 중 하나다. 그리고 이러한 주제 결정은 대학생활에 맞춰서 하는 것이 좋다. 필수 과목의 주제에 대해서는 당연히 공부해야 하겠지만, 선택과목의 주제도 신중하게 선택해 공부해 나가자. 학기별로 집중해서 공부할 주제를 선택해 그와 관련된 지식을 풍부하게 습득하고 사고의 폭을 넓히자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우수한 과제물 쓰기로 이어진다. 학습에서 과제물 쓰기에 이르기까지 물 흐르듯이 꾸준하고 자연스럽게 공부하면서 대학생활을 완성해 가자.
선택과목 수강은 강의계획서 확인부터
대학 공부는 필수과목 외에 선택과목을 선택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무엇보다 선택과목을 결정할 때 신중을 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요즈음은 대부분의 과목들이 수강신청 전에 강의계획서를 올리게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의계획서를 읽지 않고 강좌 이름만 보고 선택하거나 선배나 다른 경로를 통해 얻은 배경 지식을 가지고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영화의 입소문처럼 강좌도 다른 배경 정보가 중요하기는 하다. 그렇지만 그 정보는 과목에 대한 간접적인 정보나 다른 사람의 판단에 따른 것일 뿐, 과목에 대한 직접적인 정보도 아니며 자신의 취향이나 학습목표와 관련된 판단일 수도 없다. 강의계획서를 꼼꼼히 확인하고 자신의 대학 학습 계획과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선택한 과목은 전체 학습계획의 일환이 되기 때문에 대학 공부를 풍부하게 할 뿐만 아니라 좋은 학점을 딸 확률이 높다.
강의계획서에는 대부분 교재와 참고문헌이 소개되어 있다. 이 문헌들을 미리 훑어보는 것이 좋다. 첫 수업에서 교수가 해주는 강좌 소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스스로 교재와 참고문헌을 확인해 보고 첫 수업에 임하면 더 상세한 수업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미리 책을 살 필요까지는 없다. 첫 수업을 들은 뒤에 마음이 바뀌어 수강을 변경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강을 확정하고 나면 교재와 주요 참고문헌은 반드시 첫 주에 마련하도록 한다. 적어도 교재와 주요 참고문헌은 도서관에서 빌리지 말고 직접 구입해 정독을 해야 한다. 필요하면 책에 여러 가지 메모를 해야 하고, 또 해당 학기가 끝난 뒤에도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교재 비용은 아끼지 말자.
강의 수강은 연구문헌 독서처럼
대학에서 배우는 것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진리와 진리를 밝히는 방법이다. 그러나 진리에 도달할 때까지 모든 것은 하나의 가설이고 주장일 뿐이다. 진리라고 밝혀진 것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은 하나의 주장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모든 진리는 ‘반증 가능성’에 열려 있다. 연구문헌은 이와 같이 특정한 학자가 진리라고 주장하는 글이며, 대학에서 배우는 강의도 이와 다를 바 없다. 다시 말해, 강의는 특정한 교수나 학자의 주장이며, 이를 통해 끊임없이 진리에 도달해 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인문·사회과학은 말할 것도 없고, 이공계의 실험이나 조사도 결국은 특정한 조건이나 시공간적 한계에 적용되는 주장이다. 우리는 연구결과물인 연구문헌을 읽을 때 이러한 가정을 염두에 두고 비판적으로 독해하면서 자신의 판단과 주장을 키워나간다. 대학에서 강의를 듣는 것도 이와 같아야 한다. 교수가 강의하는 것을 맹목적으로 수용하지 말고 비판적으로 듣자.
정확하게 파악하되, 따지고 얽으면서
대학의 강의가 연구문헌이라면, 대학에서의 수강전략은 연구하는 독서와 같다. 비판적이고 분석적으로 들어야 하고, 관련 문헌과 다른 주장들을 함께 비교하고 종합하면서 들어야 한다. 즉, 강의의 핵심은 교수의 주장이므로 따지고 얽어가면서 수강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교수가 전달하는 객관적 지식과 정보, 방법에 관해서는 따지고 얽어보기 전에 먼저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제대로 이해하기 전에 먼저 따져서는 안 되며, 따져보기 전에 미리 얽어서는 안 된다. 이해하지 못했으면 관련 정보를 더 찾아보거나 교수에게 물어보자. 자신의 주장이 틀릴 수 있다고 가정해 다른 사람의 비판에 귀 기울이는 것도 학문적 겸손이지만, 정확하게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학문적 겸손이다.
그렇지만, 학문적 겸손만으로는 진리에 도달하는 노력이 충분하지 않다. 때로는 여기에 ‘건방진’ 도전이 필요하다. 교수의 머리꼭대기에 앉으려 해서는 안 되지만, 과감하게 비판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독서할 때 자신이 저자보다 못하다고 생각해서는 비판이 가능할 수 없듯이, 강의 내용을 비판하기 위해서도 교수보다 못하다고 생각해서는 불가능하다. 교수가 학생의 눈높이에 맞추듯이 학생은 적어도 교수의 눈높이에 맞출 필요가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 교수와 지적 수준을 다툴 수는 없겠지만 배움은 도전적 자세를 통해 비약적으로 발전한다.
‘따져 읽기’를 통한 수강전략은 서평 쓰기의 원리와도 같다. 서평을 쓸 때 우리는 우선 책의 사실관계가 명확한지를 따지고, 그 분석이 올바른지, 그리고 논리가 정연한지를 묻는다. 더 나아가, 시간과 공간을 달리해서 그 책의 주장이 적용 가능한지를 따지면서 서평을 완성한다. 강의를 들을 때 비판하는 방법도 이와 같다. 강의 내용 중 틀린 것은 없는지, 분석 방법과 논리 전개는 올바른지, 그리고 그 주장의 적용 가능성은 어디까지인지를 따져가면서 질문하고 때로는 토론한다.
그러나 강의의 핵심과 무관한 지엽적인 내용을 따지거나 자신의 짧은 지식을 자랑하는 듯한 질문과 토론, 혹은 비판은 삼가도록 하자. 이러한 행동은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일 뿐 아니라, 강의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게 하는 정신적 알리바이로 작용한다.
따져 읽기를 통한 수강 다음에는 ‘얽어 읽기’를 통한 수강에 임한다. 한 학기 강의를 통해 강의 주제에 관한 모든 것을 얻을 수는 없다. 가능한 한 충분히 얻기 위해서는 강의 시간에만 충실해서는 안 된다. 관련 문헌과 정보들을 스스로 찾고 보완해 지식과 사고의 지평을 넓힐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문헌과 정보들을 강의 내용과 비교하며 종합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따져 듣기는 곧 얽어 듣기에서 완성된다.
소개된 문헌은 반드시 읽고, 정보에는 민감하게
‘따져 듣기’와 ‘얽어 듣기’라는 수강전략은 시험을 통해 평가된다. 단답식이나 객관식이 아닌 모든 대학 시험은 창의적 답변을 요구한다. 지식과 정보를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나열하고 기입하는 것만으로는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힘들다. 대학 공부는 창의성을 키우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특히 따져 듣기가 얽어 듣기에서 완성된다고 볼 때, 관련 문헌과 정보들을 통해 보완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강의 시간에 소개된 문헌들은 반드시 읽고, 이를 통해 관련 문헌들을 더 탐색하는 것이 유용하다. 그리고 더 나아가 강의 내용과 관련된 모든 정보들에 민감해야 한다.
강의 시간에 주제와 무관한 문헌을 읽을거리로 제시하는 경우는 없다. 필독서로 소개된 문헌을 대부분의 학생들이 읽는다고 보면, 이 독서만으로 좋은 점수를 얻을 수는 없다. 교수는 몇몇 학생들만이라도 읽기를 기대하며 관련 문헌을 더 소개한다. 관련 문헌도 읽고 시험에 임한 것을 발견할 때 교수는 그 학생의 성실성과 학문적 노력에 깊은 인상을 받을 것이다. 더욱이 다른 관련 정보들까지 검색해 활용한 학생을 보면 교수는 커다란 감명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이, 창의성은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노력을 통해서만 나올 수 있다. 주제와 연구방법 및 해석과 주장에서 남들과 다른 참신함을 창의성이라 할 때, 이러한 창의성은 기존에 제출된 주제와 연구방법 및 해석과 주장을 알고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기 때문이다. 곧, 이러한 창의성은 강의를 통해 지식과 사실관계를 충분히 배운 다음에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정보에 민감하라’는 주문은 선배나 친구들로부터 교수와 강의에 대한 얄팍한 정보를 얻으려고 노력하라는 뜻이 아니다. 이러한 행동은 필연적으로 창의성을 좀먹는 행위가 된다. 창의적 노력보다는 다른 주변적인 작업에 시간과 정신을 낭비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주변적인 노력만으로 좋은 성적을 받는 수업이라면 당당하게 나쁜 성적을 감내하거나 차라리 수강을 포기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리포트는 유형 파악부터
사실상 교수가 요구하는 리포트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적게는 한두 장짜리 서평을 요구할 때도 있고, 많게는 열네댓 장의 연구논문을 요구할 때도 있다. 게다가 각 유형의 리포트에 대한 평가항목도 크게 다르다. 따라서 교수가 요구하는 리포트의 유형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리포트는 크게 서평/평론, 수필/감상문, 보고문, 논술문, 강의 프로토콜, 편집논문, 연구논문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수업에서 교수가 가장 흔히 요구하는 유형이 서평/평론, 수필/감상문, 보고문이다. 그밖에 ‘소논문’이라는 명칭의 리포트를 요구할 때도 있다.
‘평론’은 문헌, 영화, 연극, 전시회, 드라마, 소설, 시 등에 대해 논리적·비판적 평가를 다룬 글을 말한다. 그중 ‘서평’은 문헌에 대한 평가를 다룬 글이다. 서평일지라도 여러 문헌을 폭넓게 참고해 논문의 형식을 갖춰 비평한 글이나, 한 주제에 대해 광범위한 참고자료를 수집해 깊이 있게 다룬 ‘주제서평’은 연구논문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수필’이나 ‘감상문’은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의 경험에 대해 느낀 점을 그대로 쓴 글, 혹은 특정한 가시적 대상-문헌, 영화, 연극, 전시회, 드라마, 소설, 시 등-에 대한 정서적 감상을 기술한 글을 말한다. 이 유형은 다른 리포트와 달리 객관적 관찰을 덜 중시한다. 때문에 시나 소설과 같은 창작에 포함시킬 수도 있다. 이런 종류의 리포트로는 대개 독서감상문, 영화감상문, 연극감상문, 수필, 기행문 등이 요구된다.
사실의 발견을 목적으로 하는 글쓰기를 ‘보고문report’이라고 하며, 답사보고서, 실험보고서, 르포, 인터뷰보고서 등을 이른다. 보고문에는 사안에 대한 판단도 들어갈 수 있지만,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주어진 문제와 과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제시된 연구방법을 엄밀하게 따르거나 사실을 객관적으로 보고하는 것이 핵심이다. 보고문의 창의성은 바로 이러한 정확성과 객관성이 자신의 판단과 문장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논술문’은 사실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정리보다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중심으로 서술한 글을 말한다. 그러나 대학 입시에서 치르는 논술과는 다른 것이다. 입시 논술은 대개 주어진 지문을 정확히 이해하고 자신의 판단을 진술하는 데 반해, 대학의 논술문은 특정한 사회현상이나 주제에 대해 주장을 펴고 그 주장을 논리적으로 증명하는 포괄적인 글쓰기를 말하기 때문이다. 논술문에서도 여러 참고자료들을 동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때 참고자료들은 분석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지식이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자료들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며, 주장은 자료의 분석을 통해 도출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이다.
‘프로토콜protocol’은 원래 ‘기록’ 혹은 ‘증서’라는 의미다. 그러나 논리학에서는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관찰 명제를 ‘프로토콜 명제’라고도 한다. ‘강의 프로토콜’은 이 두 용법을 종합해서 만들어진 용어다. 즉, ‘강의 기록’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강의 전체 혹은 일부 중요 강의를 가감 없이 기록하되 독창적 방식에 따라 재구성하는 글쓰기다. 강의 프로토콜은 강의 내용을 그대로 기록한 강의노트와 달리, 강의 내용을 재구성해 수강자의 견해와 평가를 더욱 부각시킨 글이다.
‘편집논문’은 기존 문헌에 대한 비판적 이해와 정리 혹은 재구성을 목표로 하는 글쓰기다. 편집논문을 쓸 때에는 해당 주제에 관해 이미 출간된 저술들의 견해를 비판적으로 파악하고 개념을 정확히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편집논문은 대학원 과정에서 주로 많이 부과되는 과제물이지만, 이론이나 사상을 배우는 과목에서는 학부 과정에서도 종종 부과된다. 따라서 학부생들도 이 유형의 의미와 작성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
‘연구논문research paper’은 학술논문의 형식을 갖춘 글로서, 독창성 있는 재구성이나 문제 해결 혹은 일반적 원리의 구성을 목표로 하는 글이다. 선행연구를 비판적으로 정리하고, 연구 대상에 대해 새로운 자료, 새로운 연구방법, 새로운 재구성 혹은 새로운 결론을 도출해 내는 논리적 글쓰기를 말한다. 연구논문은 자료의 수집과 정리에 머물지 않고 과학적 방법에 입각해 새로운 결론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보고서’와 다르다. 기존 지식의 비판적 소개에서 한발 더 나아가 독창적 연구를 토대로 새로운 지식의 전달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평론’과도 다르다. 또한 연구논문은 주장이 미리 정립되어 있지 않고, 연구대상에 대한 연구와 분석을 통해 비로소 성립된다는 점에서 ‘논술문’과도 다르다. 편집논문도 기존 지식의 비판적 소개에 머물지 않고 독창적 재구성과 재조명을 통해 새로운 지식체계를 구축한다면 연구논문으로 발전할 수 있다.
글쓰기 부정행위, 미리 알아두자
수년 전부터 표절과 부정행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부정행위로 나쁜 성적을 받는 것은 대학생으로서의 명예와 자존심과 관련되는 일이다. 의도적 부정행위는 당연히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지만, 글쓰기에서는 부정행위인지 몰라서 저지르는 잘못도 의도적 부정행위와 동일하게 처벌하는 추세다. 때문에 표절을 비롯한 부정행위의 유형이 무엇인지를 먼저 알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글쓰기 부정행위는 크게 전문 도용(全文 盜用)/무임승차, 자기복제와 중복 제출, 자료 위조, 자료 변조, 표절과 짜깁기라는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전문 도용하거나 무임승차하지 말자. 다른 사람의 글이나 인터넷 사이트 혹은 다른 문헌에서 수집한 글을 자신의 이름으로 제출하지 말자는 것이다. 특히 인터넷 사이트에서 리포트를 구입해 제출해서는 안 된다. 단행본 등 여러 문서의 형태로 이미 발간된 문헌의 일부를 완성된 자기 글로 위장해 제출하는 행위도 전문 도용이다. 무임승차는 공동 작업에서 연구 과정이나 결과물 작성에 참여하지 않고 최종 글에 저자로 이름을 올리는 행위다. 각자 작성해야 할 글을 공동으로 작성해 각자 제출하는 경우도 무임승차에 해당한다. 자신이 작성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타인의 연구를 차용해 자신의 연구로 제출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자기복제하거나 중복 제출하지 말자. 동일한 글을 두 군데 이상 제출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행위는 동일한 연구 성과로 이중의 이득을 취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이미 제출한 자기 글을 서론과 결론만 바꿔 다른 곳에 제출하거나 이러한 방식으로 두 군데 이상 제출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이미 제출한 자기 글 두 개 이상의 본론 혹은 전체를 하나의 새로운 글로 위장해 다른 곳에 제출하는 행위나 그러한 방식으로 두 군데 이상 제출하는 행위도 비윤리적이다. 그러나 자료나 내용의 보완이나 확충이 새로운 주장을 도출할 수 있는 경우는 다르다. 시간과 공간을 달리함에도 기존 주장이 참임을 증명할 수 있는 중요한 의미를 가질 때에도 그러하다. 이런 경우는 모두 중복 제출의 혐의를 벗어날 수 있다. 기존의 글에서 각각 연구한 둘 혹은 그 이상의 현상이나 이론에 대한 비교 연구가 독창성의 의미를 갖는다고 인정될 때에도 중복 제출의 혐의를 벗어날 수 있다.
자료를 위조하지 말자. 실험, 설문, 답사, 통계와 같은 경험연구에서 필요한 연구과정을 수행하지 않은 채 마치 수행한 것처럼 자료의 전체나 일부를 허위로 조작해 연구 결과를 작성해서는 안 된다. 필요한 실험의 일부나 극히 작은 표본으로 수행한 실험과 통계 혹은 예비조사를 확대해 전체 실험이나 통계가 이뤄진 것처럼 꾸미는 것은 옳지 않다. 또한 답사할 장소의 사진이나 정보를 인터넷이나 다른 문헌을 통해 구해 답사한 것처럼 보고하거나 혼자서 혹은 몇 사람이 모여 설문지의 답안들을 작성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사상, 이론, 문학 혹은 예술 작품에 관한 문헌연구에서 1차 자료가 되는 문헌이나 작품의 전부 혹은 일부를 2차 자료 혹은 간접적인 자료를 통해 허위로 구성해 마치 직접 연구한 것처럼 위장해서 글을 작성하고 제출하는 경우도 자료 위조다. 물론 해석이나 비평과 관련되는 경우에는 허위 추가나 조작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자료를 변조하지 말자. 실험, 설문, 답사, 통계와 같은 경험연구에서 필요한 연구과정을 수행했지만 목표한 결론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을 때에도 그 전체 혹은 일부를 유리하게 변경하거나 삭제해 글을 작성해서는 안 된다. 실험과정이나 결과, 설문결과, 답사의 과정이나 결과 혹은 통계결과 등에서 자신의 가설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을 의도적으로 삭제해 유리한 부분만 취하거나 변경하는 모든 경우가 변조에 해당한다. 사상, 이론, 문학 혹은 예술 작품에 관한 문헌 연구에서 1차 자료가 되는 문헌의 내용 중 목표한 결론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을 때, 그 전체 혹은 일부를 유리하게 변경하거나 삭제해 글을 작성·제출하는 행위도 자료 변조다. 그러나 이때도 해석이나 비평과 관련되는 경우에는 변조로 간주되지 않는다.
표절이나 짜깁기를 하지 말자. 다른 사람 글의 일부라도 적절한 인용표기 없이 자기 글처럼 발표해서는 안 된다. 기존 연구의 독창적 개념이나 주장을 적절한 인용부호와 출전을 표기하기 않고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단어 몇 개를 바꿔서 문장을 변형하더라도 원문의 문장 구조를 그대로 사용하면 표절이 된다. 문장의 구조와 전개방식도 독창성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또한 보통 정보나 자료도 출전 표기 없이 사용하면 표절이다. 잘 알려진 과학적 사실이나 공식, 혹은 상식적인 역사적·사회적 사실의 경우에는 출전을 밝힐 필요가 없다. 그러나 새로운 사실이나 발견, 혹은 학자들 간에 진위 여부를 두고 논란이 되는 사실이나 공식의 경우에는 적절한 인용 표기를 해야 한다. 대개 단락마다 다른 사람의 글을 그대로 베껴 글을 구성하는 경우는 이른바 ‘짜깁기 표절’이라고 한다. 이때 어떤 한 부분이라도 적절한 출전 표기가 없으면 해당 부분이 표절이 될 뿐만 아니라 전체가 짜깁기 표절이 된다. 그러나 모든 부분에서 인용방식을 정확히 지켰다 하더라도 짜깁기 자체만으로 이미 바람직한 글이 될 수 없다.
올바른 수강은 과제물 쓰기를 통해 드러나며, 과제물 쓰기는 올바른 글쓰기 방법을 알 때 가능하다. 그리고 올바른 글쓰기 방법은 잘못된 글쓰기 방법을 알고 있을 때 더욱 큰 효과를 발휘한다. 잘못된 글쓰기 방법을 미리 알아두어 이후 올바른 글쓰기 방법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