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사랑과 인생, 열렬히 빠져들기
5부.사랑과 인생, 열렬히 빠져들기
5부 사랑과 인생, 열렬히 빠져들기
진로,
다채로운 삶을 준비하는 '직업 모험가' 를 위하여
정연순
사회 통념상 직업은 생계를 잇기 위해 참고 견디며 해야 하는 의무로 받아들여진다. 에덴동산에서 금지된 선악과를 따먹은 벌로 아담은 평생 노역으로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벌을 받았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광고 문구처럼 일은 다른 보상을 얻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기울여야 하는 노고이며, 삶의 기쁨은 일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수행한 모종의 대가에서 얻어지는 것으로 생각된다. 돈이나 사회적 지위나 휴가와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러나 사실 일과 직업은 그 자체로 우리 인생의 한 축을 차지한다. 1980년대 미국에서 이뤄진 한 조사에서 안락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충분한 돈이 있다 하더라도 지금 하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응답자의 80%에 달했다고 한다. 굳이 이런 조사 결과가 아니더라도, 경제적 여유와 상관없이 일을 하지 않을 때보다 일을 할 때 더 큰 보람과 긍지를 느낀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일이 없는 사람들은 공허감과 무력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일을 한다는 것은 도전할 ‘과제’와 성취할 ‘목표’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심리학자 칙센트미하이M. Csikszentmihalyi는 사람들의 통념과는 다르게 일 자체가 보상을 주는 까닭은 그것이 ‘게임’과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어떤 일이든 거기에는 목표와 규칙이 있고, 우리는 일을 통해 능력을 발휘하며, 일정한 성취를 이룰 때 기쁨을 느낀다.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면 자신감을 얻고, 최선을 다하면서 자신이 발전한다는 느낌을 갖기도 한다. 우리는 휴식을 갈구하기도 하지만, 어려운 목표에 도전하며, 난관을 극복해 내는 데 보람을 느낀다. 이러한 도전 과제를 주는 것이 ‘직업’이다.
또한 직업은 사람이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고 세상과 관계 맺는 통로이자 방식이다. 일을 하면서 다른 사람과 만나고, 의사소통하고, 협력적 과제를 해결하면서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배워간다. 한 사람이 행하는 일의 내용과 방식은 사회가 승인하는 그 사람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그러니 ‘일이 없다’는 것은 연결되는 통로를 가지지 못했다는 뜻이다. 일이 없는 사람은 사회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자nobody’로 취급된다. 우리는 일을 함으로써 비로소 독립된 사회인으로 존재를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취업 준비에 뛰어들기 이전에 ‘진로 설계’를
가히 ‘생존 경쟁의 시대’라고 하니 20대를 위한 자기개발서들이 넘쳐나 부와 성공을 향한 정신 무장을 촉구하고 성취 방법을 제시한다. <20대, 나만의 무대를 세워라>, <대한민국 20대 말이 통하는 사람이 돼라>,<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 <대한민국 20대 일찍 도전하라>. 심지어 <20대 공부에 미쳐라>는 책에도 ‘부와 성공에 직결되는 공부법’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다루는 영역과 메시지 전달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이런 유의 책들이 전하는 교훈은 한결같다. 세상은 갈수록 살아가기가 만만치 않지만 성공하는 사람은 있게 마련이다, 20대에 치열하게 경쟁력을 갈고 닦은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이후 인생의 성공기반이 만들어진다는 게 그 요지다.
맞는 얘기다. 대학 시절은 청소년기의 마지막이자 성인기가 시작되는 단계다. 진로발달 단계로 보면 이때는 자신에게 알맞은 직업을 탐색하거나 특정 진로를 선택해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는 진로 ‘현실화기’ 혹은 ‘확립기’에 해당한다. 사회인으로 독립하는 데 필요한 준비가 구체적으로 이뤄지며, 이때 경험하고 성취한 모든 것들이 앞으로 인생 전반에 걸쳐 막강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개발서들이 20대의 중요성을 소리 높여 강조하는 것도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요즘 대학생들처럼 자기개발에 열중한 세대가 이전에 또 있었던가? 학점 관리는 기본이요, 토익 800점을 목표로 한 영어 공부, 해외 어학연수, 각종 공모전과 인턴십, 봉사활동…, 소위 ‘스펙’을 쌓기 위한 대학생들의 활동은 숨이 찰 정도다. 끝없이 자기개발에 매달리는 지금의 20대는 소설가 김영하의 말대로 “단군 이래 가장 똑똑하고, 가장 코스모폴리탄적인 세대”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똑똑한 세대가 오히려 부모에게서 독립하지 못하는 ‘캥거루족’, ‘헬리콥터 키드’가 되어가고, 자기개발에 매달리는 대학생들이 정작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 요즘의 세태다. 한 취업 포털 회사의 설문조사에 응한 대학 4학년 중 아직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사람의 비율이 40.5%에 달했다고 한다. 목적 없이 무작정 취업 준비에만 매달리는 청년들이 많다는 얘기다.
사실 진로를 개발하는 일은 대학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비로소 처음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일정한 기질을 타고나며, 자라면서부터 특정한 능력을 습득하고 태도를 길러온다. 이러한 것들이 모두 진로의 기반이 된다. 그러나 고등학교 때까지는 학업에 몰두하느라 자신과 세상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할 여유를 가지기 어려웠다. 대학 시기마저 이러한 탐색과 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경쟁에 휘둘려 무엇인가를 열심히 하고는 있으나 결국은 정처 없는 인생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이는 설계도면 없이 집을 짓는 꼴인데, 잘못 지은 집은 허물고 다시 지을 수 있지만, 인생은 되돌아가서 특정 시점부터 다시 살아낼 수 없다. 자기개발과 취업준비에 뛰어들기 전에 ‘진로 설계’부터 이뤄야 한다. 독립된 사회인으로서의 생애 설계는 진로 설계에서부터 출발할 것이다.
‘나’ 이해하기
진로 설정은 무엇보다 자기 이해에 기반해야 한다.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디에 가치를 두고 있는지’ 아는 것이 자기 이해다. 우선 적성을 보자. 우리는 ‘그건 내 적성에 안 맞아’ 하는 얘기를 흔히 한다. 적성은 한 사람이 특정 분야에서 발휘할 수 있는 ‘잠재능력’을 말한다. 어떤 분야에 적성이 있다면 그 분야에서 남들보다 뛰어난 성과를 내거나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아무리 원하는 일이 있어도 능력이나 소질이 없다면 노력과 상관없이 일정한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다. 적성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 모두에 의해서 만들어지니 적성을 발견하고 싶다면 다양한 경험에 자신을 던져봐야 한다.
유난히 끌리거나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두해 본 일이 있다면, 바로 그 분야가 여러분이 흥미를 가지는 영역이다. ‘흥미’란 어떤 종류의 활동 또는 대상에 대해 특별한 관심이나 주의를 기울이는 개인의 심리, 성향, 태도를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흥미를 느끼는 분야에 몰두하고,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분야에는 관심을 지속적으로 기울이기 어렵다. 따라서 적성이 맞더라도 흥미가 없으면 특정 분야에서 성공할 가능성도 적어진다.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가도 살펴야 한다. 직업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일 뿐 아니라 사회적 관계를 맺는 기반이며,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어떤 사람이 사회봉사라는 가치에 많은 비중을 둔다면, 보수가 좀 낮더라도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자리를 선택할 것이다. 자율성이라는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라면 구속력 없이 자기 관리가 가능한 일을 찾을 것이다. 자신의 가치관과 맞는 진로를 선택할 때 일에 더욱 보람을 느낄 수 있으며, 스트레스를 줄이고 긍정적인 인생을 살 가능성이 커진다.
우리는 자신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자라면서 나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외부의 기준과 규율에 맞춰 행동하기를 요구받아온 때문이다. 청소년들이 원하는 직업의 99%가 사실은 ‘부모가 원하는 직업’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진로 설정을 위한 진지한 자기 이해는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어서 의도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자기 탐구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경험은 대개 빈약하기 짝이 없다. 왕성한 자기 탐색이 이뤄져야 하는 시기에 수험 준비에 몰두하느라 자신과 인생을 알아가려는 탐구열을 가지기 어렵다. 대학생활은 다양한 체험이 비로소 허락되는 시기다. 스스로의 선택과 판단이 존중되지만, 생계를 위한 진지한 책임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거의 유일한 인생 시기가 바로 대학시절이다. 여행, 동아리 활동, 취미 등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개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진로개발서들이 제안하는 자기 이해의 방법들도 활용해 볼 만하다. 몇 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자기소개서 써보기, 유난히 신바람 났던 경험과 그 이유 써보기, 출생 이후 5년 주기로 희로애락 사건을 정리하면서 인생 곡선 그려보기 등이 활용할 만한 방법이다.
다른 이들의 관찰과 조언도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한 나의 특성을 확인하는 데 유용하다. 거리를 둔 관찰자들은 내가 의도하지 않았거나 무의식중에 드러내는 태도의 특성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다른 이들의 부정적인 판단에 민감하도록 훈련되었기 때문에 자기 이해를 위한 긍정적인 피드백을 의도적으로 수집할 필요가 있다. ‘자신이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왕성한 의욕과 흥미를 보였는지’, ‘어떤 방식으로 능력을 발휘하는지’, ‘장점이 무엇인지’ 부모나 친구들에게 물어보고 일정한 영역이나 패턴을 뽑아 정리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심리검사는 진로와 관련된 자신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유용한 하나의 도구다. 누구나 중고등학교 시절 적성검사를 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적성검사 결과를 문과와 이과 계열 선택에 참고하기도 하고, 내가 이런 분야에 적성이 있었나 의아해하기도 했을 것이다. 물론, 심리검사는 어디까지나 자기 관찰을 도와주는 ‘도구’이니 검사 결과에만 전적으로 의지해서는 곤란하다. 최근에는 인터넷으로 손쉽게 자신의 직업과 관련한 심리적 특성을 검사할 수 있다. 정부가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인 워크넷(www.work.go.kr)과 커리어넷(www.careernet. re.kr)은 대학생들에게 유용한 직업 적성, 흥미, 가치관 검사 등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어 누구나 진로와 관련된 심리검사와 그 결과에 대한 기초적인 해석을 받을 수 있다. 공공기관에서 제공하는 검사도구들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타당도와 신뢰도 검증을 거쳐 개발한 것이므로 자기 이해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직업 정보 탐색하기
합리적인 진로 설계를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이해는 물론, 직업세계와 직업 정보에 대한 탐색이 중요하다. 여러분이 알고 있는 직업이 몇 개나 되는지 한번 열거해 보자. 한국에는 약 1만여 개의 직업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알고 있는 직업을 적어보라 하면 20개를 넘어가기가 힘들다. 의사, 변호사, 교사, 공무원, 경찰, 군인, 회사원… 이렇게 적어놓고 나면 한참을 생각해야 하나씩 쓸 수 있다. 그나마 대부분은 해당 직업에 대해 막연한 이미지나 피상적인 정보들만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대학 전공을 택하면서 ‘취업이 잘 되는 과’를 우선하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도 이후 막연한 기대와 구체적 현실이 달라 오랜 동안 방황하기도 한다. 적성과 흥미가 있더라도 직업에 대한 구체적 정보가 없다면, 직업을 가지고도 그 생활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내가 만났던 A씨는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과학에 대단한 흥미를 느껴 화학과로 대학에 진학했고, 석사 과정까지 마쳤다. 그런데 화학 연구자가 되고자 제약회사 연구직으로 입사했지만, 매일 밤 10시까지 이어지는 야근에 체력이 버텨나지 않았다고 한다. 더구나 연구직으로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는 외국 유학에 박사학위를 취득해야 하는 현실에 좌절하고, 결국은 사표를 쓰고 나와 지금은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또, 공대를 나와 엔지니어 생활을 했지만, ‘공돌이’ 생활이 싫었던 B씨는 사표를 던지고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갔다 돌아왔다. 막연히 마케팅 분야에 관심이 있었지만, 취업 정보를 자세히 알아보는 과정에서 마케팅 분야는 신입사원을 거의 뽑지 않으며, 엔지니어의 향후 10년 이후 직업 전망이 여전히 유망하다는 설명을 듣고 지금은 다시 엔지니어로 취업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런 사례에서 보이는 것처럼, 직업을 선택하고 준비하기에 앞서 직업의 특성, 하는 일, 필요한 적성, 교육훈련이나 자격, 고용현황, 작업환경, 향후 전망 등에 대한 정보를 잘 알아봐야 한다. 노동부는 직업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사이트인 한국직업정보시스템(http://know.work.go.kr)을 운영하고 있으니 도움을 얻을 수 있다.
관심 있는 직업 분야를 직접 체험하거나, 종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직업 현실을 더욱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직업 세계를 탐색한다는 것은 결국 거기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삶을 이해한다는 것이므로, 직간접적인 체험을 통해 직업인들의 애환과 보람을 알 수 있다면 그것이 내가 원하는 직업인지를 더 잘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청년 직장체험 프로그램’과 같이 공공 취업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늘어났다. 이런 기회를 적극 활용해 직업 세계 이해의 폭을 넓히자.
목표 세우고 계획 구체화하기
나에 대한 이해와 직업 세계의 이해는 결국 진로 설계로 이어진다. 진로 설계에는 목표뿐 아니라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과 준비 계획이 담겨야 한다. 합리적인 진로설계의 과정은 크게 ‘진로목표 설정’과 ‘진로계획 수립’의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진로목표를 설정하려면 자기 이해와 직업정보 탐색에 기반해서 서너 가지의 직업 대안을 선택하고 이것들을 심층적으로 비교 분석해 하나의 영역을 선정하는 작업을 거치는 것이 좋다. 이때 ‘그 직업을 선택할 때 내가 얻는 이득과 손실은 무엇인지’, ‘그 직업을 선택함으로써 가족들은 어떠한 영향을 받을지’, ‘사회적으로는 어떻게 받아들여질지’와 같은 요소들을 고려해야 한다.
진로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려면 ‘차이Gap의 분석’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즉, 선택한 진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해당 직업에서 필요한 조건과 현재 자신의 상태 간의 차이를 확인하고 그것을 좁히기 위한 노력을 도출해 본다. 필요한 노력을 확인했다면, 대학시절에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를 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목표는 가급적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것으로 설정해야 하며, 계획은 시간 단위로 달성 목표가 담겨져 있을수록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러한 목표와 계획은 여러분이 대학생활을 보내면서 무수히 수정·보완될 것이다.
불확실한 시대에 직업인이 된다는 것
시대가 변하면 일자리 구조가 바뀌고, 일의 종류나 성격도 변한다. 많은 대학생들이 ‘괜찮은 일자리’에 취업하기 위한 준비로 학창 시절을 보내지만, 사실 이런 일자리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한다는 공공기관, 대기업, 금융권의 일자리 수는 전체 일자리 수의 10%에 지나지 않는다. 한 번 취업한다고 평생 안정되게 일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한국의 직장인들은 평균 4.1회 직장을 옮긴다고 한다.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직업 세계에서 직업을 가지고 독립된 사회인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소수의 한정된 자리를 향한 경쟁을 넘어서서 일자리에 대한 상상력과 진로 설계의 지평을 넓힐 필요가 있겠다.
위험사회의 저자인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은 누구나 취업할 수 있었던 완전고용 사회가 무너지면서 우리가 맞이할 가능한 시나리오 중 하나로 ‘다채로운 활동성의 사회’를 예견하고 있다. 다채로운 활동사회에서 일은 취업 노동뿐 아니라 우리 삶에 필수적이고 의미 있는 모든 활동을 포함한다. 시민사회 참여, 여가활동, 자녀 양육, 사회적 돌봄 노동 같은 것들이 모두 여기에 해당된다. 모두가 ‘괜찮은 일자리’에 취업할 수 있는 시대가 지나고 있으니, 우리는 각자 자신의 삶을 다채롭게 살아갈 능력을 길러야 한다. 학업이나 취업 준비뿐 아니라, 놀이, 봉사, 여행, 창업 같은 활동을 통해서 자기주도적으로 진로를 만들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기 이해나 직업 세계의 탐색이 새로운 영역의 실험과 모험으로 이뤄질 수도 있다. 아직 소수이기는 하지만 생태적 삶을 꿈꾸며 농업에 관심을 기울이는 청년, 경제적 대가보다는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찾아 사회적 기업을 창업하려는 청년들과 같은 ‘직업 모험가들’이 등장하고 있으니 이러한 새로운 흐름에도 눈을 돌려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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